이 글의 목차
Ⅰ. 사실관계
원고는 1891년 설립된 네덜란드 다국적 전자그룹의 100% 출자로 설립된 국내 자회사로, 의료장비·생활가전·조명의 3개 사업 부문을 두고 그룹에 속한 국외특수관계인들로부터 제품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도매업을 영위하였다. 원고는 사업 부문별로 거래순이익률방법(TNMM, 영업이익률을 순이익률지표로 함)에 따라 산출한 이전가격을 기준으로 소득조정을 하여 법인세를 신고하였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16. 7. 11.부터 2017. 6. 30.까지 원고의 2012~2015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 통합조사를 실시하면서, 원고의 사업 부문을 의료장비·소형가전·자동차조명·일반조명의 4개로 다시 구분하고 각 부문별로 TNMM을 적용해 정상가격을 재산출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남대문세무서장)는 2017. 8. 8. 원고에게 2012~2015 사업연도 법인세 합계 약 90억 원(9,046,619,100원, 가산세 포함)을 경정·고지하였다.
원고의 심판청구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2019. 7. 15. 조명 사업 부문에 관하여 재조사결정을 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재조사 결과 일반조명 부문 관련 세액 일부가 환급되었다. 그 결과 소송에서는 의료장비 부문과 소형가전 부문에 관한 부분이 쟁점으로 남았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4. 8. 21. 선고 2022누55844 판결)은, ① 의료장비 부문에 관하여는 국제조세조정의 대상이 ‘의료장비 공급 거래’와 ‘유지보수서비스 지원 거래’의 두 국제거래인데 과세관청이 각 국제거래별로 구체적인 비교가능성 평가를 거쳤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② 소형가전 부문에 관하여는 원고의 역할이 시장 정보 제공과 현지 가격 조정 등으로 제한되어 있어 선정된 비교대상업체들과 같은 완전판매업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 부문의 정상가격 산출이 적법하다고 볼 수 없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Ⅱ. 쟁점
대법원에서 다투어진 쟁점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거래 단위의 식별 문제다. 의료장비 공급거래에 수반되어 그룹 차원에서 제공되는 ‘유지보수서비스 지원’을 공급거래와 별개의 국제거래로 특정하고, 그 거래에 대해 별도로 비교가능성 분석을 거쳐야 하는가.
둘째, TNMM 적용 시 비교대상업체 선정과 차이 조정의 적법 한계다. 과세관청이 비교대상업체를 선정해 정상가격을 산출하면서 거래품목·거래단계 등의 차이에 따른 별도의 조정을 하지 않은 경우, 그 사정만으로 정상가격 산출이 위법하게 되는가.
Ⅲ.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025. 10. 16.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① 법리. 대법원은 먼저 TNMM의 방법론적 특성을 확인하였다. TNMM은 매출원가·판매비와 일반관리비 등 영업비용이 반영된 순이익률지표 또는 영업이익률에 기초해 정상가격을 산출하므로, 거래가격에 기초하는 비교가능 제3자 가격방법이나 매출총이익률에 기초하는 재판매가격방법·원가가산방법과 달리 상품의 차이나 거래단계 등 사업활동의 기능상 차이에 의한 영향이 적다. 다만 그 차이가 현저해 양자가 본질적으로 다르고 다른 비교가능성 분석요소의 차이를 야기하며 영업이익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합리적인 차이 조정 없이는 적법한 정상가격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두23341 판결 참조). 반대로, 과세관청이 거래의 조건과 상황이 유사한 거래를 행하는 비교대상업체를 선정하고 최선의 노력으로 확보한 자료에 기하여 합리적으로 정상가격을 산출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품목이나 거래단계 등 차이에 따른 별도의 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정상가격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두1747, 1754 판결 참조).
② 유지보수서비스 지원의 성격. 대법원은 원심이 별개의 국제거래로 본 ‘유지보수서비스 지원 거래’의 실질을 따져 보았다. 원고의 유지보수서비스업 매출은 대부분 용역 자체가 아니라 부품 판매에서 발생했고, 용역 제공 과정에서도 제조사가 제공한 기술 정보보다 국내 엔지니어의 기술·숙련도가 더 중요했으며, 대부분의 고장은 국내 엔지니어들이 해결하였다. 나아가 당사자들은 의료장비·부품 공급거래와 달리 ‘유지보수서비스 지원’에 관해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았고, 그 대가도 독립된 항목으로 지급하지 않은 채 의료장비·부품 대가에 포함해 지급해 왔다. 대법원은 이를 들어 유지보수서비스 지원은 그룹 차원의 기본적 제도·정책 내지 공급거래에 따르는 부수적 거래조건 정도로 취급되었다고 보았고, 따라서 과세관청이 비교대상업체 선정에 앞서 이를 조정 대상 국제거래로 특정하고 비교가능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쳤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③ 결론. 피고는 해외 제조 의료기기의 국내 독점 판매권한을 보유하면서 장비 판매 후 유상 유지보수서비스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업체들을 비교대상업체로 선정하였으므로, 원고와 비슷한 거래를 행하는 비교대상업체를 선정하고 최선의 노력으로 확보한 자료에 기초해 합리적으로 정상가격을 산출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소형가전 부문에 관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하였으나, 의료장비 부문에 관한 법리오해를 이유로 정당한 세액을 새로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환송하였다. 소형가전 부문에 관한 납세자 승소 취지의 판단 자체는 유지된 셈이다.
Ⅳ. 평석
1. TNMM과 차이 조정의 관용도
이 판결은 2014년의 두 선례가 그어 놓은 좌표를 다시 확인한다. 한쪽 끝에는 비교대상거래와의 차이가 현저해 본질적으로 다른 경우 합리적 조정 없이는 정상가격으로 삼을 수 없다는 한계 법리(2012두23341)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유사 업체를 선정해 최선의 노력으로 확보한 자료로 합리적으로 산출했다면 별도 조정 미실시만으로 위법을 단정할 수 없다는 관용 법리(2012두1747, 1754)가 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후자의 법리를 의료장비 부문에 적용하였다.
이러한 관용도는 TNMM의 방법론 자체에서 나온다. 영업이익률은 가격이나 매출총이익률보다 제품·거래단계 차이에 덜 민감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고, 그만큼 차이 조정에 대한 요구 수준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다만 그 반작용으로, 분쟁의 무게중심은 조정 단계가 아니라 비교대상업체 선정 단계로 옮겨 간다. 회계 실무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업체군을 모집단으로 삼고 어떤 정성적 기준으로 걸러 냈는지가 사실상 결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고, 이 사건에서도 ‘국내 독점 판매권한 + 판매 후 유상 유지보수 수익’이라는 선정 기준의 유사성이 과세관청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 거래 단위 식별 — OECD TPG와의 비교
이 판결의 더 큰 의의는 정상가격 분석의 출발점인 ‘거래의 식별’을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OECD 이전가격지침(TPG)은 비교가능성 분석에 앞서 당사자 간 실제 거래를 정확히 획정(accurate delineation)하도록 요구하면서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거나 연속적이어서 개별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거래들은 통합하여 평가할 수 있다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별개로 식별할 것인지, 묶어서 볼 것인지는 계약 조건과 당사자의 실제 행동, 기능·자산·위험 분석에 따라 정해지는 사실 판단의 문제다.
대법원이 유지보수서비스 지원을 독립한 거래로 보지 않으면서 든 징표 — 별도 계약서의 부존재, 독립된 대가 항목의 부존재, 그룹 지원이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기여의 미미함 — 는 이러한 통합 분석의 사고방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 거꾸로 말하면, 계약서가 작성되어 있고 독립한 대가가 수수되며 그 용역이 이익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별개의 국제거래로 특정해 개별 비교가능성 분석을 요구하는 결론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판결을 ‘부수 용역은 언제나 묶어서 본다’는 일반론으로 읽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3. 실무 시사점: 그룹 내 부수 용역의 계약화·문서화
실무적으로는 납세자 쪽에 숙제를 남긴 판결로 읽힌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는 유지보수서비스 지원을 별개 거래로 구성해 과세관청의 분석 단위를 다투었으나, 정작 그 거래를 뒷받침할 계약서도 독립된 대가 산정도 없었다. 거래 단위에 관한 주장은 당사자 스스로 만들어 둔 문서와 일치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가진다.
회계사 출신의 시각에서 몇 가지를 정리해 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룹 내 기술지원·교육·매뉴얼 제공 등 부수 용역을 독립한 거래로 취급하고자 한다면, 인터컴퍼니 계약서에 용역의 범위와 대가 산정 방식을 명시하고 대가를 별도 항목으로 정산하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둘째, 이전가격 보고서(로컬파일)의 거래 식별·통합 분석 서술과 실제 계약·정산 구조가 어긋나지 않는지 매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과세관청의 사업부문 재구분에 대비해, 부문 구분의 근거(조직도·손익 구분·기능 분석)를 동시기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사후 분쟁에서 1차 방어 자료가 된다. 넷째, 비교대상업체 분쟁에 대비해 데이터베이스 검색 기준과 제외 사유를 기록해 두는 실무는 비교가능회사 선정에 관한 글에서 정리한 것과 같다.
Ⅴ. 결론
대법원 2024두54065 판결은 TNMM의 차이 조정에 관한 관용 법리를 재확인하는 한편, 계약서와 독립된 대가가 없는 그룹 내 부수 용역 지원은 별개의 국제거래가 아니라 부수적 거래조건에 불과하다고 보아 거래 단위 식별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의료장비 부문 정상가격 산출의 합리성이 다시 심리될 것이나, 소형가전 부문에 관한 납세자 승소 취지의 판단은 유지되었다. 다국적기업 국내 자회사로서는 그룹 내 용역의 계약화·문서화 수준이 거래 단위 공방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을 일러 주는 판결로 보인다.
참고 법령·판례·문헌
-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조 제1항 제5호(현행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6조, 제8조 참조),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두54065 판결 (판결문 원문(PDF) · 대법원 판례속보)
-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두1747, 1754 판결 /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두23341 판결
- OECD, Transfer Pricing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 and Tax Administrations (거래의 획정 및 통합·분리 분석 부분)
- 관련 글: 비교가능회사 선정의 적정성 — 대법원 2012두18356 · 이전가격세제 — TNMM과 베리비율의 적용 한계 · 조세 판례 인덱스 →
※ 본 글은 공간된 판결문과 대법원 판례속보를 기초로 한 일반적인 해설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사안의 윤곽만 알려주시면 가능한 선택지·일정·비용을 먼저 정리해 드립니다. 채권자 신청·만기 임박 등 급한 경우 전화가 가장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