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가지 열람권 —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
상법은 주주의 두 가지 열람권을 둡니다. ① 주주명부 열람·등사권(제396조)은 모든 주주가 행사할 수 있고, ②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제466조)은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인정됩니다.
두 권리의 목적은 다릅니다. 주주명부는 "의결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회계장부는 "회사의 자금이 어떻게 흘렀는지"를 보기 위한 도구입니다. 경영권 분쟁의 청구 측은 보통 두 권리를 함께 행사합니다.
2. 주주명부 열람 — 대법원 2015다235841의 정리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35841 판결은 다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 거절 사유의 입증책임은 회사에 있다 — 회사는 "주주의 청구가 부당한 목적임을 증명할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거절할 수 있고, 그 입증책임은 회사가 부담합니다.
- 실질주주명부에도 제396조가 유추 적용된다 — 단 열람 범위는 주주명부 기재사항(성명·주소·종류·수량)에 한정됩니다.
이 판결의 실무적 함의는 큽니다. 분쟁 단계에서 회사 측이 흔히 들고 나오는 "원고는 경쟁자다", "정보를 외부에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는 거절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그 우려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3. 회계장부 열람 — 권리남용의 좁은 문
회계장부 열람권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청구해야 합니다(상법 제466조 제1항). 이 "이유"의 구체성이 첫 쟁점입니다.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137 판결은 권리남용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권 행사가 부당한지 여부는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 행사의 목적, 악의성 유무, 경업이용의 우려, 행사 시기의 적절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청구 서면의 작성 — 우리가 챙기는 다섯 가지
- 청구 목적의 구체적 기술 —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를 위한 자료 수집"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OO 거래의 적정성 검토를 위한 자료"처럼 특정 거래·기간을 명시합니다.
- 열람 대상 범위의 명확화 — "회계장부 일체"가 아니라 "20XX년부터 20XX년까지의 매출원장, 매입원장, 특수관계자 거래 명세"처럼 한정합니다.
- 경업 우려를 차단하는 문구 — 비밀유지 의무·자료 외부 유출 금지 문구를 함께 기재해 회사 측 항변의 여지를 좁힙니다.
- 3% 요건의 입증 — 청구일 현재 보유 지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증권사 잔고증명, 주주명부 등재 사실)를 첨부합니다.
- 회사의 1차 거절 시 가처분 신청 준비 — 본안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할 보전의 필요성을 의안 일정과 함께 정리합니다.
4. 회사 측의 항변 — 자주 등장하는 4가지
- 경업 우려 — 청구인이 동종 업종에 종사하거나 그 임직원·특수관계자가 경쟁사에 있다는 사실. 가장 자주 등장하지만, 단순한 동종 업종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자료를 경쟁에 이용할 객관적 우려"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 분쟁 목적·괴롭힘 의도 — 청구가 본질적으로 회사 정상 운영을 방해할 목적이라는 주장. 그러나 경영권 분쟁 자체는 정당한 권리 행사의 일환이므로 분쟁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는 권리남용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 이미 공개된 정보 —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등에 이미 공시되었다는 주장. 그러나 공시 자료는 요약본일 뿐, 원장·증빙은 별도 열람의 대상입니다.
- 영업비밀 침해 우려 — 기술 정보·고객 정보가 포함되었다는 주장. 이 경우 법원은 부분 공개 또는 비밀유지명령부 공개를 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5. 가처분 전략
본안(열람·등사 청구의 소)과 가처분(열람·등사 가처분)을 병행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가처분에서는 다음 두 요건이 핵심입니다.
- 피보전권리 — 본안의 청구권이 인정될 가능성
- 보전의 필요성 — 임시주주총회 일정, 결의 무효의 소 제소기간 등 본안 판결을 기다릴 수 없는 시급한 사정
특히 보전의 필요성은 임박한 주주총회·이사회 안건과 묶어 구성해야 합니다. "총회 의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즉시 자료가 필요하다"는 식의 시계열 구성이 효과적입니다.
6. 회계법인 출신 시선의 활용
회계장부 열람 청구의 본질은 결국 "어떤 계정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의 설계입니다. 감사 시절 분식회계나 자기거래의 흔적이 가장 자주 발견되는 자리는 ① 특수관계자 거래 명세, ② 가지급금·미수금 계정, ③ 단기차입금의 채권자별 명세, ④ 대손충당금 계상 내역이었습니다.
열람 청구 서면에 이 네 가지 계정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면, 자기거래·기회유용의 단서를 발견할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변호사의 청구 서면에 회계 시선이 녹아드는 일은 분쟁의 첫 수에서 차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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