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차

Ⅰ. 사실관계

파산채무자인 주식회사(이하 ‘채무자’라 한다)는 건강식품·화장품·생활용품의 판매 유통 및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는 그 대표이사였다. 서울특별시는 2020. 10. 26. ‘채무자에 대하여 약 109억 원의 조세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채무자가 지급불능 상태임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채무자에 대한 파산을 신청하였다(서울회생법원 2020하합100477). 채권자가 — 그것도 지방자치단체가 조세채권에 기하여 — 파산을 신청한 사안이라는 점부터가 흔치 않다.

파산신청이 계속 중이던 2022. 11. 29. 채무자는 원고(대표이사)에게, 채무자가 출자하여 보유하던 중국법인 유한공사의 지분 49/100 및 이에 기한 권리 일체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바로 다음 날인 2022. 11. 30. 서울회생법원은 채무자에 대한 파산을 선고하고 피고를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하였다. 파산선고 전날 회사의 핵심 국외자산이 대표이사 개인에게 넘어간 것이다.

파산관재인은 이 양도행위에 대하여 부인의 청구를 하였고(서울회생법원 2022하기101379), 서울회생법원은 2023. 9. 5. ‘원고는 중국법인에 이 사건 양도행위가 부인되어 그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는 인용결정을 하였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제1심(서울회생법원 2023가합100983)과 원심(서울고등법원 2024나2034017) 모두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쟁점

파산선고 전날 이루어진 중국법인 지분 양도에 대하여, ①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행위에도 우리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준거법), ② 채무자의 국외재산이 파산재단에 속하는지 — 외국 소재이거나 외국법상 강제집행에 장애가 있다는 사정이 채무자회생법 제383조 제1항의 ‘압류할 수 없는 재산’에 해당하는지, ③ 이 사건 양도행위가 같은 법 제391조 제4호의 무상행위 부인 대상인지가 다투어졌다.

원고 측 주장의 핵심은, 양도 목적물이 중국법인의 지분이라는 외국적 요소를 들어 우리 도산절차의 효력 범위 바깥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 소재 재산은 우리 법원이 직접 압류·환가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Ⅲ.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된 법률행위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도 부인권의 행사 대상, 요건, 절차 및 효력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산법정지법인 대한민국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고, 채무자의 국외재산도 원칙적으로 파산재단에 속하며, 국외재산이라거나 소재지국 법령에 따라 강제집행에 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압류할 수 없는 재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첫째, “우리나라에서 개시된 도산절차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도 그 절차에 관한 사항은 도산법정지법인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한 뒤, 파산관재인의 부인권(제391조, 제396조 제1항)과 그 원상회복 효과(제397조)를 들어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된 법률행위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도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 대상, 요건, 절차 및 효력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때 대법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해당 여부 및 효과의 준거법에 관한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2다104526, 104533 판결을 참조 판례로 인용하였다.

둘째, 채무자회생법 제382조 제1항이 “채무자가 파산선고 당시에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한다”고 규정하여 구 파산법 제3조의 속지주의를 폐지하였으므로, 채무자의 국외재산도 원칙적으로 파산재단에 속하고, 관리인·파산관재인 등은 외국법이 허용하는 바에 따라 국내도산절차를 위하여 외국에서 활동할 권한이 있다(제640조)고 하였다. 나아가 민사집행법이나 공무원연금법 등 법령이 압류를 금지한 재산은 제383조 제1항의 ‘압류할 수 없는 재산’으로서 파산재단에서 제외되지만, “채무자의 국외재산이라거나 국외재산이 소재한 국가의 법령 등에 따라 강제집행에 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이 사건 양도행위가 무상행위 및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유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4호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하여, 무상행위 부인을 인정한 원심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Ⅳ. 평석

1. 도산법정지법 원칙

국제도산에서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도산법정지법(lex fori concursus) 원칙은, 도산절차의 개시·진행·종결뿐 아니라 도산절차가 계약관계 등에 미치는 도산전형적 효과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선례인 2012다104526, 104533 판결은 영국법이 준거법인 계약이라도 그것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는지, 관리인이 이를 해제·해지할 수 있는지와 그 효과는 도산법정지법인 우리 채무자회생법에 따른다고 하였다. 본 판결은 이 법리를 부인권으로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부인권은 채권자 평등이라는 도산절차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도산법 고유의 제도이므로, 그 대상·요건·절차·효력을 법정지법으로 일원화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자연스럽다. 부인 대상 행위의 목적물이 외국 재산이라는 사정은 부인권의 준거법을 바꾸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2. 속지주의 폐지와 국외재산

구 파산법 제3조는 이른바 속지주의를 취하여 국내 파산선고의 효력이 국내 재산에만 미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다. 2005년 채무자회생법 제정으로 이 조항이 폐지되고, 제382조 제1항이 “모든 재산”을 파산재단으로 포섭하면서, UNCITRAL 국제도산 모델법을 수용한 제5편(국제도산)과 제640조(관재인의 외국 활동 권한)가 보편주의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본 판결은 이 전환을 부인권의 국면에서 정면으로 확인한 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제383조 제1항의 ‘압류할 수 없는 재산’ 해석이다. 대법원은 이를 민사집행법·공무원연금법 등 법령상 압류금지재산으로 한정하고, 외국 소재로 인한 사실상·법률상 집행 장애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만약 집행 곤란을 이유로 국외재산을 파산재단에서 제외한다면, 위기에 처한 채무자가 재산을 해외로 옮기는 것만으로 파산절차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되어 보편주의 채택의 취지가 잠탈될 것이다. 다만 부인의 효력이 우리 법에 따라 인정되더라도 외국에서의 실제 회수는 현지 법제의 협력에 달려 있다는 한계는 남는다. 이 사건 인용결정이 이전등록의 말소가 아니라 ‘중국법인에 부인의 취지를 통지하라’는 형태를 취한 것도, 그러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3. 실무 시사점

해외재산을 보유한 채무자 측에서 보면, 해외 자회사 지분이나 국외 부동산 등 외국 소재 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파산재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 사건처럼 파산선고 직전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상당한 대가 없이 재산을 이전하는 행위는 무상행위 부인(제391조 제4호)의 전형적 대상이 될 수 있고, 무상행위 부인은 수익자의 악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방어의 폭이 좁다. 위기 국면에서의 해외 자산 처분은 적정 대가의 입증 자료를 갖추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파산관재인 측에서는, 채무자의 해외 자회사 지분·국외 부동산·외국 계좌 등도 조사와 환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근거가 분명해졌다. 부인권 행사는 국내 법원에서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진행하되, 회수 단계에서는 제640조의 외국 활동 권한과 현지 절차(승인·집행 또는 현지 도산절차)를 조합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사안에 따라 이 사건과 같이 수익자에 대한 통지명령 등 간접적 실현 수단이 활용될 수 있다.

채권자 측에서는, 채무자가 국내 재산을 비워 두고 해외 재산만 남긴 경우에도 파산신청의 실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시사된다. 이 사건의 신청인이 약 109억 원의 조세채권을 가진 서울특별시였다는 점은, 조세채권자에 의한 파산신청이 해외 은닉 재산의 환수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로 보인다. 다만 실제 회수 가능성은 재산 소재지국의 법제와 협력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Ⅴ. 결론

본 판결은 ① 부인권의 대상·요건·절차·효력은 외국적 요소가 있어도 도산법정지법인 채무자회생법으로 판단하고, ② 속지주의 폐지에 따라 국외재산도 원칙적으로 파산재단에 속하며, 외국 소재나 외국법상 집행 장애만으로는 압류금지재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재산의 국제적 이동이 쉬워진 환경에서, 파산 직전의 해외 자산 빼돌리기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틀을 정비한 판결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법령·판례·문헌

  1. 법령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2조 제1항(파산재단), 제383조 제1항(압류금지재산), 제391조(부인할 수 있는 행위, 특히 제4호 무상행위), 제396조·제397조(부인의 청구·효과), 제640조(국제도산), 구 파산법 제3조(속지주의, 폐지). 국가법령정보센터, law.go.kr.
  2. 판례 ·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5다210676 판결(공2025하, 1499). 전문: casenote.kr, 대법원 판례속보: scourt.go.kr.
  3. 관련 판례 ·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2다104526, 104533 판결(공2015하, 843) — 외국적 요소가 있는 쌍방미이행 쌍무계약과 도산법정지법.
  4. 하급심 · 서울회생법원 2024. 6. 12. 선고 2023가합100983 판결(제1심), 서울고등법원 2025. 1. 23. 선고 2024나2034017 판결(원심).
  5. 교과서 · 노영보, 『도산법 강의』, 박영사, 2023. 부인권·국제도산 항목 참조.

본문은 위 판결의 공개 판결문과 일반론을 토대로 한 저자의 정리이며, 사안에 따라 법리의 적용은 달라질 수 있다.

본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과 학술적 분석을 목적으로 한 것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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