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출발 — 사후 보상조정이란
다국적기업 그룹 내 자회사 간 거래에서는, 결산 시점에 자회사의 영업이익률을 사전에 설정한 목표 범위(예: TNMM의 베리비율 5~7%)에 맞추기 위해 매입가격을 사후에 조정하는 일이 흔하다. 매입가격을 사후 인상하면 매입원가가 증가하여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사후 인하하면 그 반대다. 이를 "compensating adjustment(보상조정)"이라 부른다.
이 사후 조정은 이전가격세제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정상가격 유지 수단이다. 그러나 관세 평가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문제를 일으킨다. 관세는 수입 통관 시점의 실제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그 가격이 사후에 변동되면 관세도 다시 산정되어야 하는가?
2. WTO 관세평가협정과 관세법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는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실제 지급되었거나 지급되어야 할 가격(transaction value)"으로 정한다. 한국 관세법 제30조도 동일한 원칙을 반영한다. 통상은 수입 통관 시점에 송장가격이 그 가격이다.
그러나 송장가격이 사후에 변동되도록 약정되어 있다면 — 즉, 수입 통관 시점에 확정 가격이 아니라 사후 조정 조항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가격이라면 — 그 가격이 과세가격의 기초가 될 수 있는가? 이것이 핵심 쟁점이다.
3. Hamamatsu 사건 (CJEU, 2017)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2017년 Hamamatsu Photonics 사건(C-529/16)에서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뤘다. 일본 본사로부터 제품을 수입한 독일 자회사가 결산 후 베리비율을 맞추기 위해 사후 매입가격 인하를 받았고, 그에 따른 관세 환급을 청구한 사안이었다.
CJEU는 청구를 기각했다. 통관 시점에 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 즉, 사후 조정으로 변동 가능한 — 가격은 WTO 관세평가협정 제1방법의 의미에서 "실제 지급된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만 CJEU는 그러한 경우 어떤 다른 방법(제2방법~제6방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4. 한국 실무에서의 처리
한국 관세청도 사후 보상조정의 관세 반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사후 가격 인하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자동으로 관세 환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사후 가격 인상이 발생한 경우 추가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비대칭이 지적된다.
이로 인해 다국적기업은 통관 시점에 가능한 한 확정 가격으로 거래하고, 사후 조정은 별도의 회계처리(예: 영업외 손익)로 반영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결산상 이전가격 분석과 통관상 가격 사이에 괴리를 만든다.
5. 제4방법의 가능성
WTO 관세평가협정 제5조는 수입자가 그 물품을 한국에서 판매한 가격에서 일정 비용을 공제하여 과세가격을 산출하는 방법(공제법, deductive method)을 정한다. 사후 보상조정으로 가격이 변동되는 거래에서, 제1방법의 적용이 어려운 경우 제4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된다.
본인이 2024년 관세평가 연구논문 공모전에서 수상한 논문은 바로 이 제4방법 적용 가능성을 다루었다 — "베리비율 적용 기업의 사후 보상조정에 대한 관세평가상의 쟁점". 사후 보상조정이 사실상 정형화된 다국적기업 거래에서, 제1방법보다 제4방법이 더 적합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6. 입증책임의 분배
관세평가협정 부속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자 거래의 가격이 통상의 가격과 달라 적정하지 않다는 주장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수입자가 자신의 가격이 정상가격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전가격 분석 보고서, 비교 가능한 제3자 거래의 자료 등이 그 증거다.
7. 실무 시사점
다국적기업의 한국 자회사가 본사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는 거래에서는, 통관 시점의 가격 확정성, 사후 조정 가능성, 그리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에 대한 사전 설계가 중요하다. 거래계약서의 가격 검토 조항, 결산 보상조정의 회계처리, 그리고 통관 시점의 사전 협의가 모두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후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단순히 "결산상 베리비율 맞추기"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업 구조의 합리성, 통관 시 가격의 의미, 그리고 사후 조정의 정량적·정성적 근거를 종합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 법령·국제규범·문헌
- 법령 · 관세법 제30조∼제35조(과세가격 결정의 방법). 국가법령정보센터.
- 국제규범 · WTO Agreement on Implementation of Article VII of GATT 1994(관세평가협정), 제1조∼제8조. WTO 누리집.
- EU 판례 · CJEU, Case C-529/16 (Hamamatsu Photonics Deutschland GmbH), 20 Dec 2017.
- 실무자료 · 관세청, 「관세평가 운영규정」 및 BTI(사전심사) 관련 지침.
- 교과서 · 이창희, 『세법강의』, 박영사 (최근 개정판). 관세 부분 참조.
- 참고 논문 · 김한준·권형기, 「베리비율(Berry Ratio) 적용 기업의 사후 보상조정에 대한 관세평가상의 쟁점」, 2024년 관세평가 연구논문 공모전 수상작(관세청장상 수상), 2024.
Hamamatsu 사건의 정확한 판시 요지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에 관해서는 본인의 위 수상 논문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며, 본문은 그 핵심을 요약·인용한 것이다. 본문에서 제시한 견해는 사견이며, 향후 한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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