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질과세 원칙의 법률적 근거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한다"고 정한다. 제2항은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한다.
이 두 조항은 조세법의 가장 근본적 원칙 중 하나다. 형식과 실질이 다를 때, 과세는 실질을 따른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실질'이고 어디부터가 '형식'인가 — 이 경계가 모든 다툼의 출발점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에 신중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단순히 거래 결과 세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실질과세를 적용할 수는 없다. 거래가 "조세 회피만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거래에 "합리적 사업 목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거래의 "법적 형식이 실질과 현저히 괴리되어 있는지"가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특히 다단계 거래의 경우, 각 단계가 별도의 합리적 사업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단지 전체 결과가 세부담 감소로 이어졌다는 이유로 거래 전체를 재구성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각 단계가 그 자체로는 경제적 실질이 없고 단지 조세상 효과를 위해 끼워 넣어진 것이라면, 재구성이 가능하다.
3. 사실관계 — 본 판례의 구조
해당 사건은 외국법인 A가 한국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룩셈부르크에 SPC를 설립한 뒤, 그 SPC를 통해 한국 기업 B에 대한 대여거래를 한 사례였다. SPC는 별도의 사업 활동이나 자산이 거의 없었고, 단지 한·룩 조세조약상의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얻기 위한 도관 기능만을 수행했다.
과세관청은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SPC를 도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A를 한국 내 이자소득의 실질귀속자로 보아 원천세를 부과했다. 대법원은 이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4. 도관 거래(Conduit) 판단의 기준
대법원이 SPC를 도관으로 인정한 근거는 여러 가지다. SPC의 자기자본 비중이 미미하고, 임직원·사무실 등 실체적 활동이 없으며, 자금이 SPC에 머무는 시간이 매우 짧고, SPC가 한국 투자 이외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었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OECD의 'Principal Purpose Test(PPT)'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이 가입한 다자조약(MLI)에 따라, 조세조약상 혜택은 그 주된 목적이 조세 회피인 경우 부인될 수 있다.
5. 실무 시사점 — 도관 거래의 안전성 확보
국제거래에서 SPC를 거치는 구조 — 이는 자금 조달, 위험 분리, 관할 분산 등 다양한 사업 목적이 있을 수 있다 — 가 단순한 조세 회피 도구로 인식되지 않으려면, 다음 요소가 필요하다.
- 실질적 자기자본과 인적·물적 시설
- 다양한 투자·운영 활동의 기록
- 경영 의사결정의 독립성 — 이사회·총회의 실질적 운영
- 합리적 사업 목적의 문서화 — 투자 설명서, 내부 메모, 외부 자문서
6. 인접 쟁점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은 자본거래(증자, 감자, 합병), 부동산 거래의 명의 분리, 친족간 자금 흐름 등 다양한 영역에 미친다. 거래의 형식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그 거래가 통상적으로 그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 그렇지 않다면 왜 그 형식이 채택되었는지 — 를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참고 법령·판례·문헌
- 법령 ·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 국가법령정보센터, law.go.kr.
- 판례 ·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실질과세 원칙의 작동 범위 — 도관거래 일반론).
- 판례 ·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두38637 판결(도관 SPC와 실질귀속자). 종합법률정보, glaw.scourt.go.kr.
- 국제규범 · OECD/G20 BEPS Project, Multilateral Instrument (MLI), Article 7 Principal Purpose Test.
- 교과서 · 이창희, 『세법강의』, 박영사 (최근 개정판). 실질과세 원칙 부분 참조.
- 교과서 · 임승순, 『조세법』, 박영사 (최근 개정판). 실질과세 일반론 부분 참조.
- 교과서 · 오윤, 『세법원론』, 한국학술정보 (최근 개정판).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부분 참조.
본문의 사실관계 요약은 공개된 판결문 등을 토대로 일반화한 것으로, 실제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다. 본문에서 제시한 견해는 위 교과서의 통설적 설명과 대법원 판례의 흐름을 종합한 저자 정리이며,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실질과세 원칙은 조세 분쟁의 가장 흔한 쟁점입니다. 다단계 거래·국제거래 구조의 조세 안전성 점검이 필요한 경우 상담을 통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상담 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