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자문을 하면서 — 가격, R&W, 클로징 조건까지 다 정리한 뒤에 — 의뢰인에게 "그런데 기업결합신고는 어디까지 검토되어 있나요" 하고 물으면, 절반쯤은 잠시 침묵이 온다. 가격이 의뢰인의 1순위 관심사이고 R&W는 변호사의 1순위 관심사인데 비해, 기업결합신고는 — 마치 거래의 부록처럼 — 흔히 마지막에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고를 빠뜨렸을 때의 제재는 가볍지 않다.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는 시작에 불과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결합 자체에 대한 시정조치(자산매각 명령 등)나 형사처벌까지 이어진다. 거래의 부록이 아니라, 거래의 안전벨트라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 글의 목차
1. 누가, 어떤 경우에 신고해야 하는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1조와 시행령은 신고대상회사와 상대회사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 기업결합신고대상회사 —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인 회사(특수관계인 포함 그룹 기준).
- 상대회사(피취득회사) —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이상.
두 기준이 모두 충족되면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외국회사가 포함된 경우라도 한국 내 매출액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라는 OR 조건이 자주 오해된다. 자산이 3,000억 원 미만이어도 매출이 그 기준을 넘으면 신고 대상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특히 부동산·금융업종, 비계열 합작회사 설립, 자산양수도 거래에서 누락이 잦다.
2. 무엇이 "기업결합"인가
공정거래법 제9조는 다음을 기업결합으로 본다 — 다른 회사 주식의 취득 또는 소유(20% 이상, 상장사는 15% 이상), 임원 겸임(대규모회사의 경우), 합병, 영업 또는 자산의 양수, 새로운 회사 설립 참여(공동출자).
실무에서 헷갈리는 지점은 "주식 취득"의 단계다. 처음 15%를 취득할 때 신고를 마쳤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후 의결권 있는 주식의 비율이 변동하여 — 예를 들어 20%, 30%, 50% — 일정 임계점을 넘을 때마다 다시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단계적 인수에서 가장 자주 빠뜨리는 부분이다.
3. 사전신고 vs 사후신고, 그리고 Standstill
대규모회사(자산 또는 매출 2조 원 이상)가 결합 당사자인 경우의 합병·영업양수·합작설립은 결합계약일 이후 30일 이내의 사후 신고가 원칙이지만, 일정 유형(예: 일정 규모 이상의 합병 등)은 사전 신고가 필요하다.
사전 신고의 경우 신고 후 30일(공정위 연장 시 최대 90일 추가)의 대기기간 동안 결합을 실행해서는 안 된다. 이른바 Standstill 의무다. 이 기간에 대상회사의 임원을 미리 파견하거나, 시너지 작업(IT 통합, 영업조직 재편 등)에 착수하면 — 비록 클로징이 안 끝났더라도 — 실질적인 결합으로 간주되어 "Gun-jumping" 위반이 된다.
4. 2024년 8월 개정의 풍경
2024년 8월 7일 시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실무 풍경이 약간 달라졌다.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사전 협의 제도다 — 거래 당사자가 정식 신고서 제출 전에 공정위와 신고 범위·일정·예상 쟁점을 사전 조율할 수 있게 됐다. 복잡하거나 경쟁제한성이 의심되는 거래에서 일정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여 주는 도구다.
그 외에도 간이심사 대상의 확대, 해외 결합 신고 기준의 정비가 함께 이뤄졌다. 한국 시장과 연관성이 약한 해외 간 결합에 대한 신고 부담이 일부 완화된 점이 — 글로벌 거래를 다루는 의뢰인들에게는 — 특히 체감되는 변화다.
5. 위반의 대가
신고 의무 위반 — 신고 누락, 허위 신고, Standstill 위반 — 의 경우 공정거래법 제130조 등에 따라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더 무거운 것은 결합 자체에 대한 시정조치(자산매각, 영업양도, 임원 해임)와, Standstill 위반의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이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위반 유형은 — 신고 자체의 누락이 아니라 — 사전 신고 대상인데 사후 신고로 진행한 경우, 그리고 Standstill 기간 중 임원 파견·시너지 작업을 시작한 경우다. 후자는 의뢰인이 "이미 거래 합의가 됐으니 통합 작업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는 사업적 압박을 받을 때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거래 일정을 짤 때 — Standstill 기간을 통합 작업의 "공식적인 정지 구간"으로 보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 일정에 반영하는 다섯 단계
LOI 단계에서 신고 대상 여부를 1차 판단한다. 대상이라면 사전 협의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SPA에 신고 책임 분담(filing party)·일정·비용·협력 의무를 반영한다. 그 다음 신고서 제출과 동시에 정보 보안을 강화하고, 대기기간 동안 시너지 작업의 정지를 의뢰인 내부에서 공식화한다. 이 다섯 단계가 누락 없이 진행되는 거래가 — 사후 분쟁이 없는 거래다.
의뢰인 대표님들께 종종 드리는 비유가 있다. 거래의 가격 협상이 본 게임이라면, 기업결합신고는 본 게임 직전의 안전 점검이다. 마지막에 잠깐 보면 되는 항목으로 미루다가, 결국 본 게임 자체를 흔드는 사후 리스크로 돌아오는 경우를 너무 자주 봤다.
참고 법령·자료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9조 (기업결합의 제한)
- 같은 법 제11조 (기업결합의 신고)
- 같은 법 제130조 (과태료)
-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등 (신고대상회사·상대회사 기준)
- 공정거래위원회, 2025 기업결합신고 가이드북
- 2024년 8월 7일 시행 공정거래법 개정안 (사전 협의 제도 도입 등)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변호사의 실무 단상을 담은 글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변호사와의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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