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개시 결정부터 인가 결정까지는 보통 8개월에서 10개월 정도가 걸린다. 의뢰인 회사 입장에서 — 그 기간은 거의 모든 의사결정이 법원과 관리인의 시야 아래에 놓이는 — 긴장도가 가장 높은 시기다. 그래서 인가 결정문이 나오는 날 — 의뢰인 대표님들은 마치 마라톤을 완주한 듯한 표정을 지으신다.
그 자리에서 한 번 더 드리는 말씀이 있다. "인가는 결승선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출발선입니다." 실제로 회생계획 인가 후 5년에서 10년에 걸친 변제 이행기간 동안 — 별도의 종류의 분쟁과 의사결정이 거의 매년 발생한다. 그중 가장 자주 마주하는 두 가지가 변경회생계획과 회생기업 M&A다.
인가 후의 5년이라는 시간
회생계획 인가 결정의 효력은 — 계획에 따른 권리변경(채권의 감면, 분할 변제 등)을 발생시키고, 회생채권은 그 계획에 정해진 변제 일정에 따라서만 청구할 수 있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251조 등). 그 변제 이행기간은 통상 회생계획에서 5년 또는 10년으로 정해진다.
그 5년 동안 — 사업 환경이 변하지 않을 리 없다. 매출이 회생계획상의 가정보다 떨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좋아질 수도 있다. 핵심 인력이 떠날 수도 있고, 새로운 거래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회생계획은 — 인가된 그 순간의 그 가정 위에서 영원히 작동할 수 없다.
변경회생계획 — 채무자회생법 제282조의 자리
채무자회생법 제282조 제1항은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이 있은 후 회생계획에 정한 사항을 변경할 필요가 생긴 때에는 ··· 회생계획변경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 그 변경 신청에는 "부득이한 사유"라는 요건이 있다. 단순히 변제가 어려워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인가 당시에 예상하지 못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실무에서 변경회생계획이 인용되는 전형적인 사정은 다음과 같다.
- 주요 시장의 구조적 변화(예: 핵심 거래처의 부도, 산업 자체의 침체)
- 인가 당시 가정한 신규 자금조달 또는 지분 투자가 무산된 경우
- 인가 후 외부 환경의 급변(코로나19 사태 등)
- 회생기업 M&A를 통한 변제 재원 마련을 전제로 한 변경
변경회생계획 자체는 새로운 회생계획안과 비슷한 절차를 거친다 — 관리인의 작성, 채권자 조의 표결, 법원의 인가. 그러나 인가 후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의 채권자들은 — 인가 직전의 채권자들보다 — 일반적으로 더 보수적이다. 이미 인가 받은 변제 일정의 일부를 다시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경회생계획안은 — 채권자들에게 "변경하지 않으면 회생절차가 폐지되고 모두 더 큰 손실을 본다"는 합리적 비교를 보여 줘야 한다.
회생기업 M&A — 강력하지만 까다로운 도구
회생절차의 강점 중 하나는 — 회생계획에 의한 채권자 동의 구조를 활용해 — 채권채무 관계가 정리된 클린 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회생기업 M&A는 일반 M&A보다 인수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회생기업 M&A의 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 인가 전 M&A — Stalking Horse 방식
회생계획 인가 전에 매수인(보통 사전에 정한 우선협상대상자)이 회생계획에 따른 채권 변제 재원을 인수대금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사전에 정해 두되, 공개 입찰을 통해 더 좋은 조건의 매수인이 나타나면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매칭권을 주거나 이탈 보상금(Break-up Fee)을 지급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 방식의 장점은 — 회생계획안 작성 단계에서 이미 변제 재원이 확보되어 있어,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기 쉽다는 점이다. 단점은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적 부담이 크고, 회생법원의 감독이 촘촘하다는 점이다.
(나) 인가 후 M&A
회생계획 인가 후 — 변제 이행 도중에 — M&A를 통해 변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보통 변경회생계획안과 함께 M&A 절차가 진행된다. 인가 후 사업이 안정되어 가치가 회복되는 단계에서 자주 사용된다.
인가 후 변호사의 자리
회생절차 자문에서 — 인가까지 동행한 변호사가 그대로 인가 후 변제 이행 단계까지 자문을 이어 가는 경우가 — 의뢰인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인가 전 회생계획의 가정과 약속이, 인가 후 5년 동안의 의사결정과 일관되게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자문했던 한 회생기업의 경우 — 인가 후 약 18개월 시점에 변경회생계획 신청이 필요했다. 주요 거래처의 부도로 매출이 회생계획상 가정의 70%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변경회생계획을 준비하면서 — 동시에 인수의향을 보인 동종업계 회사와 회생기업 M&A 협상을 시작했다. 결국 인수대금으로 변경된 변제재원을 마련하고, 채권자들이 변경회생계획안에 동의했다. 인가 후 22개월의 시간이었다.
그 회사는 현재 인수자의 자회사로 정상 운영되고 있다. 처음 회생 상담 자리에서 — "이 회사가 살아 있게 될 수 있을까요" 하시던 대표님의 표정이 — 인가 결정문 받은 날과 변경 인가 받은 날에 각각 다르게 풀리던 모습이 — 회생 자문이라는 일의 의미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회생계획 인가 결정문은, 의뢰인 회사의 운명에서 가장 결정적인 문서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문서는 —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음 5년의 시작점에서 — 의뢰인과 변호사가 약속한 변제 일정이,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것인지의 출발이다.
회생을 결심하시는 대표님들께 — 한 번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다. 회생의 진짜 어려움은 인가 전 10개월이 아니라, 인가 후 5년이라는 시간에 있다. 그 시간을 — 책임 있는 자문과 함께 — 한 호흡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회생은 분명한 회복의 절차가 된다.
참고 법령·판례
- 채무자회생법 제251조 (회생계획 인가의 효력)
- 같은 법 제282조 (회생계획의 변경)
- 같은 법 제286조 (회생절차의 폐지)
-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 — 회생기업 M&A 절차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변호사의 실무 단상을 담은 글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글에 등장하는 사례는 여러 사례의 요소를 가공·결합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변호사와의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