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화를 냈을 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두 옥타브 낮아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변호사가 배워야 할 한 가지가 있다는 걸, 그날 늦은 오후에 알았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화를 내는 일은 사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는 묘한 비대칭이 있다. 의뢰인은 자기 회사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찾아왔고, 그 사실 자체가 의뢰인의 자세를 정중함 쪽으로 누른다. 그래서 의뢰인은 사실은 화가 났을 때조차 자주 그것을 누른다.

그런데 누른 화는 누른 만큼 어디선가 다시 나온다. 보통은 늦은 오후의 전화 한 통으로.

그날의 전화

몇 해 전 어느 화요일 오후였다. 한 의뢰인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다. 평소 통화 톤보다 두 옥타브쯤 낮은 목소리였다. "변호사님, 지금 잠깐 통화 가능하십니까?" 그 인사말부터 이미 무언가 와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날 오전에 상대방 측 변호사로부터 우리 의뢰인 회사에 불리한 협상안이 도착했다. 그 협상안을 받기 한 주 전에 나는 대표님과 통화하면서 "상대방이 이 정도까지 강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다. 그날 도착한 협상안은 그 예측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내용이었다.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약 30초 정도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다. 그러다 결국 이렇게 말씀하셨다. "변호사님 말씀만 믿고 그 회의에서 강하게 안 나갔어요. 그런데 지금 이게 뭡니까."

한참 답을 하지 못했다. 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답을 어떤 순서로 드려야 할지 그 순간에 떠오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부터 시작할까. "다시 협상해 보겠습니다"부터 시작할까. "그래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부터 시작할까.

그러다 결국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미리 준비된 말이 아니었다.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날 제가 드린 예측이 결과적으로 대표님께 손해가 가는 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가장 화나신 게 무엇인지 제가 정확히 들어 두고 싶습니다."

그 통화의 50분

그 전화는 약 50분 동안 이어졌다. 거의 45분은 그분이 말씀하시고 내가 듣는 시간이었다. 처음 30분은 이번 일에 대한 분노가, 그 뒤 15분은 이번 일이 아니라 그동안 그분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짊어졌던 누적된 무게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그날 밤 사무실에서 그 통화 내용을 다시 생각하면서 두 가지를 마음에 적어 두었다.

하나. 변호사가 의뢰인의 화 앞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변호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정확히 듣는 것이다. 화의 표면 아래에는 거의 항상 표현되지 못한 더 깊은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을 먼저 듣지 못한 채로 변호사가 "이러저러해서 제가 이렇게 판단했었습니다"부터 시작하면, 두 사람의 대화는 한참 평행선을 그린다.

둘. 의뢰인에게 "잘 될 가능성이 큽니다"라는 말씀은 가능한 한 드리지 말자. "잘 될 수도 있고, 이렇게 될 수도 있고, 가장 안 좋은 경우에는 이렇습니다"의 형식으로 항상 시나리오 셋을 보여 드리자. 변호사의 가장 큰 죄는 의뢰인에게 분명한 미래를 약속한 것처럼 들리는 말을 무심코 드리는 것이라는 걸 그날 다시 배웠다.

그 후

그 사건은 결국 우리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서 처음 예측했던 결과 근처까지 분쟁의 방향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 달이 더 걸렸고, 그 한 달은 솔직히 의뢰인 대표님께서 잠을 더 깊게 못 주무신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 대표님과는 자문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이 끝난 뒤 식사 자리에서 그분이 한 번 이렇게 말씀하셨다. "변호사님, 그날 제가 좀 심하게 말씀드렸지요." 약간 웃으면서 답해 드렸다. "대표님이 그때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제가 한 단계 배웠습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에게서 받는 가장 큰 선물은 가끔 그분들의 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날 저녁부터 가끔 다시 하게 된다.

단상으로 적은 글입니다. 글에 등장하는 사례는 여러 사례의 요소를 가공·결합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