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을 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승소 판결의 마지막 줄을 듣는 순간은 매번 처음 같다.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는 그 문장이 입정 직전 머릿속에 그렸던 시나리오와 정확히 겹치는 순간, 짧은 정적이 법정 가운데를 잠깐 흐른다.
그날의 사건은 1심 선고 한 달 전부터 이미 변호사 입장에서는 결과를 50대 50 정도로 보고 있던 사건이었다. 핵심 쟁점은 진술 및 보장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인용 여부였고, 상대방 주장에도 솔직히 일리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변론기일이 끝난 뒤 의뢰인 대표님께도 "이번 판결은 어느 쪽으로 갈지 솔직히 절반의 가능성을 양쪽에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었다.
그 화요일 오전
선고 당일은 평일 오전 열 시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호 법정. 의뢰인 대표님께서 평소에는 잘 안 입으시던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오셨다. 우리는 30분 일찍 도착해서 법정 앞 복도의 의자에 앉아 별 말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정 후에도 본 사건이 호명되기까지 15분이 더 걸렸다. 그 15분 동안 다른 사건들의 짧은 선고가 메트로놈 소리처럼 한 건씩 흘러갔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 각 문장이 다른 두 사람의 인생을 짧게 변경하고 있었다.
우리 사건이 호명되었을 때 솔직히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의뢰인 대표님은 손을 무릎 위에 더 단단하게 모으셨다.
주문의 첫 문장은 짧았다. "피고는 원고에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그 다음 줄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법관님 목소리가 평소처럼 균일하게 그 다음 문장을 읽고 계셨는데도.
옆을 살짝 보았다. 의뢰인 대표님은 정면을 그대로 보고 계셨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두 번 헛기침을 하셨다. 그게 그분 식의 감정 표현이라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1층 로비에서
법정을 나선 후 우리는 1층 로비의 의자에 잠시 앉았다. 의뢰인 대표님이 한 번 깊게 숨을 내쉬셨다. 그리고 그날 처음 웃으셨다.
"변호사님, 진짜로 이런 날이 있군요."
그 말씀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잘 몰랐다. 변호사로서는 1심 판결은 시작에 불과하고, 상소심에서 어떻게 흐를지 더 봐야 한다고 균형 잡힌 답을 드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에 그 답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씀드렸다. "대표님이 1년 반 동안 잠을 잘 못 주무신 거 알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좀 푹 주무세요."
그분이 한 번 더 웃으셨다. 그리고 잠시 후 "그렇지요. 오늘은 좀 자야지요" 하시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승소판결이라는 것
그날 밤 사무실로 돌아와서 다음 사건의 답변서를 30분쯤 들여다보다가 결국 일찍 퇴근했다. 어떤 사건이 끝난 날에는 빈 잔이 갑자기 한 번 채워졌다가 다시 비워진 그런 느낌이 짧게 지나간다.
그 잔을 잠시 채웠던 것이 사실은 의뢰인 대표님의 작은 헛기침 두 번이었다는 걸 그날 밤 늦게 알았다.
승소 판결은 변호사에게는 종이 한 장이지만, 의뢰인에게는 다음 1년의 잠의 깊이를 결정하는 어떤 것이다. 그 차이가 우리가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라고 그날 다시 마음에 적어 두었다.
지금도 가끔 그날의 작은 헛기침 두 번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할 때가 있다. 그 소리가 들리는 한 이 일을 더 잘하고 싶다.
단상으로 적은 글입니다. 글에 등장하는 사례는 여러 사례의 요소를 가공·결합해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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