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한 중견 제조업체 대표님이 사무실에 오셨다. 거의 30년을 운영해 온 회사였고, 직원이 70명쯤이었다. 두 달 전부터 매출채권 결제가 한 달씩 밀리기 시작했고, 거래은행 두 곳 중 한 곳이 만기 연장을 거절했다고 했다. 대표님은 가방에서 두꺼운 재무자료 한 묶음을 꺼내며 말씀하셨다. "변호사님, 저는 이 회사를 살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만 정리해야 할까요."

그 자리에서 1차 답을 드리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결론부터 적자면 — 그 회사는 결국 회생 신청을 했고, 9개월 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어 인가 결정을 받았다. 지금 직원 60명 정도가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회생과 파산 사이의 결정은, 법리만으로 내려지는 게 아니다. 현금흐름·자본구조·이해관계인의 의지, 이 세 가지 축이 동시에 검토되어야 한다. 의뢰인 대표님들과 가장 자주 나누는 세 가지 질문을 적어 두려 한다.

이 글의 목차

첫째 —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큰가

이것이 회생 절차의 출발점이다. 채무자회생법 제34조는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사유를 두 가지로 본다. (1)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 (2) 채무자에게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그러나 더 본질적인 기준은 계속기업가치(Going Concern Value)가 청산가치(Liquidation Value)를 상회하는지의 문제다. 회생계획 인가 단계에서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채무자회생법 제243조)이 적용되기 때문에 — 회생계획에 따른 회수액이 청산 시 회수액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

실무에서는 신청 전 단계에서 회계법인이나 변호사가 1차 가치 평가를 한다. 다음을 살핀다.

위 세 가지가 모두 "그렇다"이면, 회생 절차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회사다. 두 가지가 "그렇다"이면 회생기업 M&A를 통한 회생을 고려한다. 한 가지 이하이면 — 안타깝지만 — 파산이 합리적 출구일 수 있다.

둘째 — 신청 시점을 통제할 수 있는가

회생절차 개시 신청은 채무자만이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4조 제2항은 — 채무자가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인 경우, 자본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자본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가진 주주·지분권자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실무에서 — 시기를 놓치면 채권자가 먼저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채권자 신청과 채무자 신청은 절차 진행과 관리인 선임의 분위기에서 차이가 난다.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신청한 경우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고(이른바 DIP, Debtor-in-Possession), 채권자 신청의 경우 외부 관리인이 선임되어 경영권 통제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 자력으로 변제가 어려울 가능성이 보이는 시점부터 — 신청 시기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시작되어야 한다. 너무 일찍 신청하면 회생 사유가 불명확해 기각 위험이 있고, 너무 늦으면 채권자가 먼저 신청하거나 자산이 더 침식된 상태로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의뢰인께 드리는 가장 솔직한 말씀 중 하나가 이것이다 — "회생 신청의 결단은 항상 너무 빠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늦었던 적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셋째 — 이해관계인들이 협력할 의지가 있는가

회생계획안은 회생채권자 조의 출석 채권액의 2/3 이상의 동의, 회생담보권자 조의 3/4 이상의 동의 등을 얻어야 가결된다(채무자회생법 제237조). 즉 — 회생은 채무자 혼자의 절차가 아니라 다수 채권자의 결단이 모이는 절차다.

실무에서 이 세 번째 질문이 가장 정성적이고, 동시에 가장 결정적이다. 채무자가 분식을 했거나, 대주주 일가에 대한 부당거래가 의심되거나, 거래처와의 관계가 신뢰를 잃은 상태이면 — 회생계획안 가결이 사실상 어렵다. 그러면 회생절차가 중간에 폐지(채무자회생법 제286조)되고, 결국 파산절차로 이행될 수 있다.

반대로 — 대표가 정직하게 위기를 인정하고, 거래처·은행과의 신뢰가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고, 대주주가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을 의지를 보여 준다면 — 회생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같은 재무 상태의 두 회사 중 한 곳은 살고 한 곳은 청산되는 경우, 그 차이는 대개 이 세 번째 축에서 갈렸다.

그리고 — 그 자리에서 드리는 말씀

회생을 처음 상담하시는 대표님께

회생은 부도덕한 결정이 아니다. 직원과 거래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다.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에게 사업을 계속할 가능성을 열어 주는 법으로 설계되어 있고, 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잠을 잃은 밤이 길어지기 전에, 한 번 변호사에게 사안의 윤곽만이라도 보여 달라.

그 가을의 의뢰인 대표님은, 인가 결정문이 나온 날 사무실에 짧은 메모를 보내 주셨다. "변호사님, 직원들 월급 줄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한 줄이 — 그 해의 가장 좋은 보수였다.

참고 법령·판례

  1. 채무자회생법 제34조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2. 같은 법 제237조 (회생계획안 가결의 요건)
  3. 같은 법 제243조 (회생계획 인가의 요건 — 청산가치보장의 원칙)
  4. 같은 법 제286조 (회생절차 폐지)
  5.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 (DIP, 관리인 선임 기준 등)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변호사의 실무 단상을 담은 글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글에 등장하는 사례는 여러 거래의 요소를 가공·결합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변호사와의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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